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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겨울 산행의 주의점

by 산과 자연 2006. 11. 15.

겨울 산행시 주의점 (월간 사람과 산)



겨울 산행은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많은 선물을 안겨 준다. 설화 만발한 화려한 능선과 심설을 헤치며 전진하는 색다른 성취감, 수직의 빙벽을 오르며 느끼는 짜릿한 전율과 눈밭에서 야영하는 이색적인 정취까지 그 어떤 계절의 산행보다 다양한 체험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하얀산을 꿈꾸는 수많은 등반가들의 훈련 대상이기도 하다. 이른바 산행의 꽃은 겨울등산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겨울산이 베푸는 그 많은 혜택에 비례하여 수많은 복병들이 도사리고 있으니 이를 주의하고 대비해야 할 일이다. 겨울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와 그 대비책을 알아 보았다.

겨울산에는 항상 매서운 추위가 도사리고 있다. 겨울산을 오르거나 야영할 때면 ‘따뜻한 아랫목’이 항상 그립다. 그러면서도 산꾼들은 ‘따뜻한 아랫목’을 포기하고 또 산을 찾는다. 이 겨울산행의 언저리에 호시탐탐 틈을 노리는 무서운 복병이 동상(凍傷)이다. 동상은 주로 신체의 말단 부위 즉, 손가락과 발가락, 귓불, 코끝 등에 주로 발생한다.

동상은 피부조직이 괴사하여 한번 상해를 입으면 거의 치유가 어려운 상황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도 예방이 최선이다. 날씨가 견딜만한 정도일지라도 반드시 장갑을 껴야 한다. 불편하고 거추장스럽지만 겨울산행에서는 항상 장갑을 착용하고 행동해야 한다. 평상시의 운행에서는 얇은 플리스 소재의 장갑이나 실크 장갑 등을 착용하면 되고, 심설을 헤치며 가거나 빙벽등반을 하는 경우에는 울장갑이나 플리스 소재의 장갑 위에 방수소재의 덧 장갑을 껴 젖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혹 젖은 장갑은 반드시 여벌의 장갑으로 갈아 껴야 한다. 젖은 장갑을 계속해서 착용하는 것이야말로 동상의 지름길이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능선에라도 올라서면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추위를 느끼게 된다. 이때에도 귀와 목을 감싸는 목출모(바라클라바)가 있다면 그리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목출모 혹은 귀를 완전히 감싸주는 고소모등을 쓴다면 매서운 능선 위의 칼바람도 겨울산의 묘미를 더해주는 조연에 불과할 테니까.

동상(凍傷)은 게으른 자에게 찾아온다

무엇보다도 겨울산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발가락 동상이다. 우선 눈길을 걸어도 젖지 않을 방수 등산화가 필수 장비이다. 보통의 가죽 등산화는 체온에 의해 신발에 붙은 눈이 녹아 신발 내부로 젖어들게 마련이다. 발이 젖는다면 가장 쉽게 동상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방수소재의 등산화나 플라스틱 이중화가 아니면 방수액을 꼼꼼히 바른 가죽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 방수액은 산행에 나서기 전 가죽등산화의 재봉선과 접착 부분 등에 꼼꼼히 펴 발라줘야 한다. 또한 신발 안으로 스며드는 눈을 방지하기 위한 행전(스팻츠)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신발 안으로 스며든 눈은 체온에 녹아 양말을 젖게 하고 젖은 양말을 신은 채로 산행을 계속 한다면 동상의 위험에 정면으로 노출되는 것. 대부분의 동상이 원활한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야영을 동반한 장기 산행의 경우 하루에 최소한 한번 정도는 발을 씻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여벌의 장갑과 양말을 휴대해야 한다.

그래서 젖은 장갑과 양말은 즉시 바꿔 끼거나 신어야 동상의 위험으로부터 벗어 날 수 있다. 또 한가지, 여벌의 양말은 비상시 장갑 대용으로 사용 할 수 있다. 국내 산행 대상지 중에서 눈사태의 위험이 있는 곳은 설악산과 한라산 정도이다. 그러나 눈사태는 사망 확률이 대단히 높을 뿐만 아니라 많은 인원이 희생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그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과거 설악산에서 눈사태가 발생했던 지역은 토왕골, 죽음의 계곡, 설악좌골, 양폭산장 부근, 오련폭포 철계단 그리고 공룡능선 1275봉 부근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눈사태는 같은 곳에서 되풀이된다

2∼3일 정도의 신설이 내린 후 기온이 오르면서 발생하였고, 많은 인원이 희생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원인으로는 지형적 요인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인위적 충격에 의한 눈사태도 수차례 발생했다. 눈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지형적 조건에는 30∼45도 경사의 사면과 나무가 별로 없는 V자형 협곡 등이 해당한다. 인위적 조건으로는 많은 인원의 소음이나 충격, 제트기의 음속 돌파에 의한 대기 충격, 글리세이딩으로 인해 설면에 가해지는 충격 등을 꼽을 수 있다.


자연적 조건에서 발생하는 눈사태를 방지 할 수는 없지만 그 전조나 발생 가능성 등을 예측해 피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설악산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눈사태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그에 따른 교훈과 대비책을 알아보자.

① 한국산악회 10동지 조난사고
국내 산악 조난 사고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1969년 2월 죽음의 계곡에서 야영 중이던 한국산악회 해외 원정 훈련대 10명을 덮친 표층 눈사태는 전원을 매몰, 사망케 했다.

동계 야영지 선정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이 사고로 인하여 건폭골은 ‘죽음의 계곡’이란 썩 훌륭하지 못한 이름을 얻었다.

② 제트기 음속돌파가 원인이 되었던 청암산악회 조난사고
1987년 1월 죽음의 계곡에서 등반준비를 하던 청암 산악회 회원 3명이 희생된 이 사고는 당시 상공을 통과하던 제트기의 음속 돌파 충격음에 의한 눈사태가 원인이었다. 69년에 이어 18년만에 같은 장소에서 재현된 이 사고는 죽음의 계곡의 지형이 눈사태가 발생 할 수 있는 요건을 모두 갖춘 곳임을 증명하였다.

③ 풍설 눈사태가 발생한 토왕골
1985년 2월 마산 무학산악회 회원 3명이 사망한 토왕골 눈사태 사고는 유례가 없었던 풍설 눈사태였다. 토왕골 ‘함지덕’이라 불리는 Y골 지점에서 야영중이던 이들을 덮친 눈사태는 토왕폭쪽에 쌓여 있던 눈이 강풍에 휩쓸려 텐트를 덮친 것이다. 1명은 구조되었지만 3명이 희생된 이 사고는 토왕골 역시 눈사태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라는 것을 일깨운 사례였다.

④ 연이은 눈사태로 피해가 컸던 토왕골 눈사태
1998년 1월 14일 토왕골에서 13년만에 꼭 같은 장소에서 눈사태가 재현되었다. 경북대학산악부 6명과 이들을 구조하던 전북산악연맹 회원 2명이 희생되었던 이 사고는 눈사태는 연속적으로 발생하며, 구조시 더 많은 주의와 경험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일깨운 사례였다.

⑤ 오련폭포 철계단 눈사태
대부분의 눈사태가 전문 등반대상지였던 협곡에서 발생하였으나 1986년 1월 오련폭포 철계단에서 발생한 눈사태는 설악산의 일반 등산로에도 눈사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일깨운 사례였다. 철 계단 위 사면에서 일시에 쏟아진 눈사태에 의해 9명이 매몰되었으나 다행히 모두 구조되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밖에도 1993년 1월 양폭산장 앞에서 야영중이던 광주 보건전문대 산악부의 눈사태 매몰사고등이 있었다.

이상의 몇몇 사례에서 보듯이 설악산의 눈사태는 한번 발생했던 곳에서 재발하는 경우가 많았고, 야영중에 당한 눈사태에서 그 피해가 컸음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설악산 일원에서 대부분의 야영이 금지되어 있으나 행여 이 지역을 지나거나 등반 할 경우 반드시 눈사태의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동해바다로부터 바람이 불어오고 날씨가 흐려지는 조짐이 보이면 바로 하산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다. 이는 폭설의 전조이므로 위험지역에서 폭설을 맞게 되면 눈사태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젖은 옷은 저체온증을 부른다

겨울산은 미흡하고 준비 없는 자에게는 가혹하고 냉정하다. 특히 부실한 차림새로 매서운 바람 속에 장시간 노출된 채 눈·비속을 운행한다면 십중팔구 죽음의 사신(死神) 저체온증(Hypothermia)이 소리 없이 다가와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저체온증은 반드시 겨울산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어느 계절보다 발생 확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신체가 발생하는 열보다 손실되는 열이 많을 경우 저체온증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 증상으로는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심한 오한이 일어나며, 30도 이하로 떨어질 경우 의식이 혼미해 지며, 26도로 떨어지면 혼수상태로 빠져든다. 첫 증상이 나타난 후 두시간 내에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응급상황이 바로 저체온증이다.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는 조건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자연조건인 바람과 눈, 비 그리고 기온 등이 될 수 있으며, 개인의 체력상태, 혹은 그날의 영양섭취 상태 등에 따라 저체온증이 발생할 수 있다. 저체온증과 유사한 증상으로 ‘피로동사’가 있다. 이는 탈진 상태와 동반하여 체온 저하상태에서 나타나게 되는데 이 역시 겨울 산행의 치명적 복병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면 무엇보다도 철저한 산행준비가 있어야 한다. 평상시 산행전부터 자신의 체력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며, 산행시 적당한 식사를 해야하며 고칼로리의 비상식량을 항시 휴대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철저한 장비를 갖추고 산행을 하는 것이다. 보온을 할 수 있는 여벌 의류와 비나 눈, 습기로부터 체온을 보호할 수 있는 방수·방풍의류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대개 저체온증의 환자는 자신의 증상이 저체온증인지 조차 알지 못하며 자신의 상태를 한사코 부인하는게 일반적이다. 환자의 동공이나 호흡상태, 말투 등으로 판단해야 한다. 오한이 나며 동공이 확대되고 말투가 어눌해 진다면 즉시 저체온증을 의심해야 한다.

산행중 저체온증 환자가 발생한다면 가장 중요한 일이 체온 유지와 신속한 후송이다. 환자의 젖은 옷을 벗기고 마른 옷으로 갈아 입힌 후 침낭 등으로 보온을 유지시켜야 한다. 그리고 술을 먹이거나 커피를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 따뜻한 음료는 오한이 멈춘 후 의식이 명료하며 음식을 삼킬 수 있을 때 주어야 한다. 그리고 지체없이 후송을 해야 한다. 흔히 저체온증은 탈진상태와 동반하여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지치기 전에 쉬고, 배고프기 전에 먹고, 해지기 전에 운행을 멈추는 것이야말로 겨울산행의 기본 지침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버너를 켜둔 채로 잠들지 말라

겨울산행에서 버너는 단지 취사용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텐트 안에서의 난로나 젖은 장비를 말리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가끔 발생하는 질식사고는 대개 가스등이나 버너를 텐트 안에 켜 둔 채로 잠들었다가 산소부족으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다. 텐트 안의 보온을 위해서 혹은 낮 동안의 피로 때문에 그냥 잠들었다가는 질식사하기 십상이다. 반드시 텐트 안의 환기구멍을 확보해 두어야 하고, 가스등이나 버너를 켜 둔 채로 잠을 자서는 안 된다. 또 한가지, 겨울철 야영 중에 자주 발생하는 화재로 인한 화상도 주의해야 한다.

보통 취사까지도 텐트 안에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반드시 휘발유 버너의 예열은 텐트 밖에서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휘발유 버너는 처음 예열 시 불꽃이 크게 올라오는데 이때 자칫하다가 침낭이나 텐트 등에 불이 옮겨 붙을 위험이 많다. 또 연료를 보충한다거나 할 때도 반드시 텐트 밖에서 해야 한다. 이상으로 겨울산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몇가지 위험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러한 위험들로부터 가장 효과적인 대처방법은 경험 많은 리더와의 동행이다. 노련한 경험자를 대동한다면 걱정이 한결 줄어 들 것이다. 다른 계절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준비와 주의를 요구하는 겨울산은 또 그만큼의 훨씬 더 많은 즐거움과 추억을 안겨 줄 것이다. <글·윤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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