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마가 화구로부터 흘러나와 급격히 식을 때에는 부피가 수축해 사이사이에 가뭄으로 갈라진 논바닥처럼 틈이 생긴다. 절리로 불리는 이 틈이 오랜 시간 풍화작용을 받게 되면 단면의 모양이 오각형이나 육각형인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柱狀節理)로 발달하게 된다.
제주 서귀포의 대포동 주상절리를 벗한 제주올레길 8코스처럼 동해안 최대 규모의 주상절리 해변을 따라 조성된 트레일이 지난 연말 첫선을 보였다. ‘주상절리 파도소리길’로 명명된 동해안 트레일은 월성원전과 인접한 경북 경주시 양남면 읍천항에서 하서항까지 1.7㎞ 구간.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기암괴석과 유려한 곡선의 해안선이 이색적인 느낌의 풍경화를 그린다.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의 출발점은 한적한 어촌마을인 읍천항. 월성원전이 아름다운 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150여 동의 건물 담벼락에 그린 원색의 벽화가 그림책을 펼쳐 놓은 듯 황홀하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수천 년 닳고 닳아 동글동글해진 몽돌이 파도의 지휘로 천상의 화음을 연주하는 몽돌해변. 봄의 교향악에 취한 갈매기들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오선지 삼아 너울너울 날갯짓을 한다.
바닷가 언덕에 올라서면 ‘느린 우체통’으로 명명된 붉은 우체동이 멋스런 전망대가 나온다. 주상절리는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첫 번째로 만나는 주상절리는 지난해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된 ‘부채꼴 주상절리’. 장작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형상의 주상절리 오른쪽에 길이 10m가 넘는 육각형 모양의 주상절리 수백 개가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